오늘의 반성문 : 1. 열심히 일하는 것의 함정에 빠지다.


회사에 재입사한 이후, 저는 재입사 전에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열심히 일했습니다. 물론 한 번 퇴사 후에 재입사 한 것인 만큼, 마음가짐도 새롭게 먹고 이 전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스스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열심히 일했습니다. 주변에서도 예전보다 훨씬 열심히 일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 줬고 내심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뭔가 좀 더 잘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일이 점점 많아집니다. 단순히 일의 양이 많이 쌓이는 것이 아니라 뭔가 자꾸 꼬이기도 하고 계속 문제가 생겨서 허덕이게 된 거죠. 그리고 그걸 해결하려고 더 열심히 합니다. 사실 지난주는 이렇게 일하다보니 오랜만에 “번아웃” 이라는 단어를 머리속에 떠올렸습니다.

불타오르네

새로운 주를 시작하는 어제(월요일)도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했고, 어제도 역시 야근을 했습니다. 지난주와 달랐던 것은 어제는 ‘일 하는게 괴롭다’ 라고 느껴지는 시점에서 작업 하던 파일을 저장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점 입니다. 어떤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냥 이대로 일을 더 하면 정말 일이 하기 싫어질 것 같았거든요. 저는 이 회사에서 부사장이 될 때 까지 있을 예정이기 때문에 일이 하기 싫어지면 큰일입니다. 회사에는 일을 하러 가야지, 일을 버티러 가는 건 아니니까요.

일을 미뤄두고 집에 오니 생각이 많아집니다. 처음에는 남겨두고 온 일에 대한 걱정이, 그리고 남겨두고 온 팀원들에 대한 미안함, 그 뒤로는 회사에서 나와서도 일 걱정을 하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차례로 밀려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이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집니다. 그러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문제를 파악해야 합니다. 뭔지 모르겠지만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런 고민은 하등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해야 해결방법도 찾을 수 있겠죠.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면서 그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 보았습니다. 단순노동은 고민거리가 있을 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서 하기 싫고 지루한 일도 쉽게 끝낼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밀린 설거지를 한 번에 끝내고 나서 내린 결론은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제가 처한 상황이 나아진다는 것 입니다.

문제 1 : 열심히 일하는 것의 함정에 빠졌다. 함정에서 나와야 한다.

문제 2 : 남의 탓을 하느라고 내 잘못을 못 보고 있다.

오늘의 반성문은 문제 1에 대한 내용입니다.

저는 스스로 “열심히”에 매몰되어서 직업인으로서의 본질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열심히 해서 만들어 낸 결과물은 “잘” 만들어진 결과물인가? 스스로 이 질문에 자신있게 그렇다는 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충분히 열심히 하고있다는 것을 위안 삼으면서 스스로 100% 납득이 가지 않는 결과물을 만들어 놓고 일을 마무리 했다고 자신을 속이고 있었습니다.

함정에 빠졌다…

어제 낮에 그 점에 대해서 굉장히 아프게 지적받았는데, 그 시점에 바로 그 지적을 받아들이질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정말로 “열심히” 일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열심히 일 한 결과물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제가 열심히 일한 것이 부정당하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일부러 부족한 결과물을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돈을 받고 일을 하는 프로페셔널의 입장에서 결과물에 객관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하면 이유를 불문하고 일을 “잘”했다고 할 수는 없겠죠.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분인데 변명을 하느라 바빴습니다.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라

시간 없다고 급하게 일하지 마라. 늦어서 생기는 문제는 늦는 것 뿐이지만, 급하게 하다가 생기는 문제는 정말 큰 문제가 된다.

제가 남들에게 꼰대짓 할 때 자주 하는 이야기들인데 정작 저는 열심히 하느라 일을 잘 하지 못했고, 급하게 일하다가 부족한 결과물을 만들었습니다.

에이전시의 일이라는 것이 주로 을의 입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항상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여유있게 일 할 수 없는 환경이고, 그래서 스스로 조심하지 않으면 급하게 일하다가, 열심히 야근하다가 정작 일의 본질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거죠.

우선 오늘은 출근하면 열심히 일하는 것 보다 일을 잘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일을 해야 겠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아웃풋에 조금 더 야박하게 굴어야겠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이 정도면 됐지’ 라고 일을 마무리 짓게 되는 빈도가 잦아졌는데, 그러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 해 봅니다.

문제 2에 대해서도 답은 구했는데, 반성문이 너무 구질구질 길어지는 것 같아서 문제 2에 대한 반성문은 나중에 포스팅 하겠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니까 조만간 문제 2에 대한 반성문을 또 쓸 일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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