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의식

야근과 주말 출근이 없는 광고회사 직원의 삶을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의식적으로 야근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나는 야근을 싫어한다.”

“나는 일을 많이 하는 걸 싫어한다.”

“내일 해도 되는 일이면 내일 해라.”

“일 열심히 할 필요 없다. 대신 잘 해라”

“가족같은 회사 꿈꾸지 마라. 회사는 회사다.”

“우리는 비즈니스 관계로 만난 거다”

“일 끝나면 기다리지 말고, 자리에 없으면 인사하지 말고 퇴근해라”

제가 저희 팀원들 한테 자주 하는 말입니다. 대표님들이나 제 상사들 입장에서는 듣기 좋은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디메이저의, Group IDD의 윗분들 께서는 이런 모난 저를 잘 받아주십니다.

저 역시, 공공연히 이런 의견을 드러내는 만큼 실적이나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기 위해,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효율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적게 일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시간과 비용을 투입한 만큼 성과가 나오도록 일하는 것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광고회사에 다니면서 야근과 주말출근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제 결정으로 어카운트 팀 전체가 야근을 했습니다.

사실 오늘은 재입사 후에 팀장으로 복귀한 첫 날 입니다. 첫날 부터 팀원들에게 야근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에 마음이 몹시 불편합니다.

오늘 일찍 집에가서 하고싶었던 일이 있었던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말은 못했지만 약속이 있었던 사람도 있었을지 모릅니다. 오늘 하루가 너무 피곤해서 일찍 집에 들어가 쉬고 싶었던 사람도 있었겠죠. 그런 사람들이 제 말 한마디에 귀한 시간을 회사에 빌려줬습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빌린 시간을 어떻게 갚아줄 것인가. 이것이 제게 있어서 이 업을 떠나는 날까지의 고민일 것 같습니다. 시간으로 갚아주기는 쉽지 않을테니 다른 것으로 갚아줘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4,5년차 까지 제 시간의 많은 부분을 회사에 빌려줬습니다. 첫 회사와 두 번째 회사를 거쳐 디메이저에 입사한 후 한 2년 까지 (제 생각에) 제가 받은 보상보다 제가 빌려준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2015년 부터는 제가 빌려줬던 시간에 대해 회사에서 보상을 받았습니다. 모두가 저와 같은 상황에서 저처럼 생각 할 지는 모르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물질적, 정신적으로 많은 보상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퇴사하고 나서 7개월 동안 가정주부로만 시간을 보냈던 저를 다시 회사로 받아주기 까지 했으니 제가 회사로 부터 받은 게 적다고 말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디메이저에 빌려준 시간과 디메이저부터 받은 것만 계산해 보면 제가 받은게 좀 더 많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제 결정으로 팀원들이 회사에 빌려준 시간에 대해 저와 같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당장은 연봉 협상 때 노력에 대한 대가를 에누리 없이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장기적으로는 만족스러운 회사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에 있어서 성과를 내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뭔가 도돌이표 같은 느낌이지만…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또 여러 사람의 시간을 빌려야 할 상황이 생기겠죠. 하지만 적어도 그 시간이 허투루 쓰였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할 생각입니다.

처음 아무것도 모르고 팀장 발령을 받았던 때와 다시 팀장으로 복귀한 오늘은 기분도, 책임감도 많이 다르네요. 저는 부사장이 될때 까지 Group IDD에 남아 있을 예정입니다. 회사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보상을 해 줄수 있도록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약속이 있었는데도 내색하지 않고 그 시간을 빌려준 누군가에 대한 부채의식을 마음에 담으며 글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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