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여행기 : 4. 엘 토로 에서의 식사 ; 5/12 한 끼를 먹어도 행복하게

넷째날 아침에는 웬일인지 눈이 번쩍 떠 져서 바로 조식을 먹으러 갔다왔습니다. 맛은 있었지만 매일 똑같은 메뉴라 조금 질리는 감이 있었네요.

조식을 먹고 나니 아직 방 청소가 안끝났을 시간이라 호텔 로비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시간을 좀 보내다가 방에 들어가니 마침 청소를 마치고 제 방에서 직원이 나오고 있더라구요. 파크플라자 호텔의 직원들은 어찌나 친절한지. 눈만 마주치면 인사를 해 줘서 부담스러울 정도입니다.

파크플라자 soi 18 조식매일 똑같은 조식… 그래도 고기고기해서 좋았습니다.

사실 저는 이렇게 제가 치우지 않아도 항상 깨끗하게 지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 다닐때 호텔에 묵는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이번 여행이 배낭여행 컨셉이었지만 호텔만은 포기 못하겠더라구요.(사실 쓴 돈을 생각하면 이미 배낭여행에서는 백만년쯤 멀어졌지만…) 나름 배낭여행이라 4성급으로 타협을 했습니다.

잘 정리된 방 침대에 몸을 던지고 오늘은 뭘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식곤증인지 스르르 잠이 오길래 그래. 조금만 자자 하고 눈을 감았다 뜨니까 오후 세시네요.

아, 안돼!!!!!

이왕 이리 된 거 오늘은 블로그 초안을 정리하고 저녁 무렵부터 움직이기로 결정했습니다. 1편 부터 지금 여기 까지가 4일차에 정리한 내용 입니다.

블로그 초안을 정리하고 나니 어차피 점심은 못먹는 시간이라 그냥 저녁만 먹기로 결정. 얼마전 태국에 다녀간 음식 블로그 운영자이자 개발자인 김나X씨가 추천한 한인골목의 삼겹살 집에 갈 것인가 아니면 어제 못먹고 울었던 스테이크집에 다시 가 볼 것인가 고민… 을 했지만 일단 그 전에 스쿰빗 로빈슨 백화점 지하에 있는 탑스마트에 다녀왔습니다.

어차피 기념품은 거의 안사갈것 같아서 그냥 먹을걸로 사가려고 맛보기용으로 주섬주섬 담았는데… 1500바트가 뙇. 태국 물가 기준으로 과자류가 꽤 비싼 편이더라구요. 이 걸 다 먹어보고 그 중에 맛있는 걸 사들고 가야 합니다.(하지만 결국 닛신 컵라면과 망고, 코코넛 말린것만 사서 한국에 왔다능…OTUL)

여러가지를 샀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와이프와 제가 엄청 좋아하는 닛신 컵라면들과… 바로 규현맛 김과자!!!!!

뙇!!!

그리고 두리안 하고 맹고!!! 생각해 보니 과일 천국 태국에 와서 과일을 한 번도 안먹었네요. 그래서 좋아하는 망고와 왠지 걱정되는 두리안을 뙇 샀습니다.

물건이 꽤나 많아서 올때는 툭툭이를 탔습니다. 택시도 백바트 달라더니 툭툭이도 백바트. 어쩔수 없죠. 저는 외국인이니까… 이렇게 계속 백바트씩 내다보니 생각보다 돈을 빨리 쓰게 되네요.여기저기 돌아다니려다보니 하루에 최소 다섯번 이상 타는데 100바트 거리만 다니는게 아니다보니 많이 쓰는 날은 천바트 이상을 택시비로만 썼네요.

한 끼를 먹더라도 행복하게, 엘 토로에서의 식사

물건을 사다가 호텔에 놓고, 저녁으로 어제 먹으려다 먹지 못했던 스테이크 하우스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제 맛집 레이더가 태국에서도 통하려는지 그 집에 꼭 가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호텔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역시 100바트… 이놈의 100바트) 프롬퐁 역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근처에 유명한 스테이크 맛집 엘 가우초가 있지만… 끌리지 않기도 하고, 너무 고급 레스토랑 분위기라 혼자 먹기엔 분위기가 애매할 것 같아서 가지 않았습니다. 이름으로 봐서는 엘 가우초 역시 아르헨티나식 스테이크를 파는 집인 것 같네요. (스페인어로 가우초 = 목동 /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어를 사용)

도착한 스테이크 하우스 이름은 엘 토로(EL TORO House of Meat) 이고, 브라질식, 아르헨티나식 스테이크를 판다고 되어 있네요. 브라질식은 아마 한국에서도 이태원 등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슈하스코 인 것 같습니다. 근데 아르헨티나식은 뭘까요? 메뉴판을 보니 심지어 쇠고기는 호주산과 뉴질랜드산, 태국산… 아르헨티나는 있지도 않잖아!!!

그나저나 가격이 놀랍습니다. 이게 태국 물가라니… 한국에서 스테이크 먹는 것과 큰 차이 없는 가격이네요. 대개 1,000 ~ 2,000 바트 사이. 2천 바트 넘는 스테이크도 있네요. 드라이 에이지드(건식 숙성) 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는 2,500 ~ 4,000 바트 까지. 솔직히 비싸봐야 천바트는 안넘을 거라고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정말로 제일 싼 스테이크 두 종만 천바트 이하고 모든 스테이크가 다 천바트를 넘더라구요. 사실 환전한 돈도 이제 한 사천 바트 정도 밖에 안 남은 상황이라 엄청나게 부담스러웠지만… 저의 맛집 레이더는 이걸 꼭 먹어야 한다고 강하게 울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번 여행 컨셉이 배낭여행이라고는 했지만 태국 여행치고는 적지 않은 돈을 들고 왔기 때문에 또 환전하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1,800바트 짜리 스테이크를 용감하게 주문!!! 그런데 지금 무슨 부위를 주문했는지는 기억이 안나고… 뉴질랜드산이었던 것만 기억이 나네요. 거기에 콜라 한 잔 추가. 태국의 부가세 7%와 서비스피 10% 를 추가하면 2천바트가 넘는 가격… 후덜덜.

하지만 애피타이저로 나온 직접 만든 빵과 샐러드를 먹고 나서 부터 가격은 머리속에서 이미 사라져 버렸습니다. 빵하고 샐러드 정도로 맛있는 스테이크라면 천 바트 정도 더 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애피타이저가 훌륭했습니다.

엘토로 과자

애피타이저로 나온 과자. 몹시 짜고 꽤 딱딱해서 이 녀석은 제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

엘토로 수제빵

직접 만들었다는 수제빵. 이 빵은 진짜 예술이었습니다. 흔히 보는 바게트 같은 느낌인데 너무 맛있었어요.

엘토로 샐러드

그리고 샐러드… 드레싱에 뭘 넣었는지 냄새는 딱 심한 암내였는데 ㅋㅋㅋㅋ 맛은 훌륭했습니다. 사실 저는 샐러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 샐러드는 싹싹 긁어먹었네요.

스테이크는 나오는데 꽤 시간이 걸렸지만,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엘토로 스테이크2

엘토로 스테이크

비록 사진은 조명의 문제로 별로 맛있어 보이지 않게 나왔지만… 접시는 적당히 따뜻한 상태로 나왔고, 고기는 주문했던 대로 완벽한 미디엄 레어 였습니다. 미디엄 레어지만 핏물을 잘 빼서 먹는 내내 접시에 피가 거의 묻어나지 않았고, 피맛도 나지 않는 정말 훌륭한 스테이크 였습니다.

태국에서 먹는 2천바트짜리 음식이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7만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먹는 최고급 스테이크라고 생각하니 무척 만족스러워졌습니다. 제 기준에 엘 토로의 스테이크는 7만원이 너무 싸다고 느껴질 정도로 환상적인 스테이크 였네요. 저는 태국을 좋아하니까 조만간 또 올거고, 아마 그때는 와이프랑 함께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와이프에게도 꼭 먹게 해 주고픈 음식이었습니다.

정말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환전을 하러 다시 바슈 환전소로 향했는데… 열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인데도 이미 환전소가 문을 닫은 후 였습니다. 환전소로 갈 때는 길거리에 서 있는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이 오토바이 택시는 태국어로 납짱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가격은 100바트려나 했는데 오랜만에 들어보는 60바트. 처음에는 조금 무서웠지만 곧 익숙해 지니 시원한 바람이 좋더라구요. 게다가 막히는 길도 알아서 잘 피해서 무척 빨리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환전소 업무가 끝나는 바람에 바로 툭툭이를 타고 호텔로 귀가. 가격을 물어봤지만 대답을 듣기 전에 이미 100바트라는 것을 알고 있었죠.

호텔로 복귀 해서 방에서 땀을 조금 식힌 후, 10시 쯤 수영이나 좀 할까 싶어서 수영장에 올라갔는데 11시 까지 운영중인 수영장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조용한 것은 좋았지만… 아무도 없는 수영장에서 혼자 수영을 하기가 좀 불안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가지고 올라간 시가 한 대만 피우고 다시 방으로 복귀 했습니다.

두리안과 김과자

방에 돌아와서는 후식 겸 해서 아까 마트에서 사온 것들. 그 중에서도 두리안을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한국에서 얼린 두리안을 한 번 먹어본 기억이 있긴 한데 사실 맛은 기억이 안나더라구요. 호기심에 사온 두리안인데… 냉장고에서 꺼내자 마자 포장을 뜯기도 전에 방안에 진동하는 쉰내!!! 아까 냉장고에 넣을 때는 왜 이 냄새를 잘 못느꼈을까요? 처음에 냉장고에 두리안을 넣을 때에도 냄새가 나긴 했는데 그렇게 심하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냉장고에서 꺼내니 정말 엄청난 냄새가 나더라구요.

인터넷을 검색 해 보니 동남아 호텔은 대부분 두리안 반입 금지라고… 오 마이 갓… 냄새가 안빠지면 리셉션에 자수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만, 다행히도 다음날 아침에는 냄새가 어느정도 빠진듯 해서 그냥 모른척.

아무튼, 이 정도 냄새로 제 호기심을 꺾을 수는 없죠. 결국 저는 두 덩이의 두리안 중 한 덩이를 손에 들고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응? 크리미 하고 진득한 이 느낌은 뭐지?

두리안

의외로 입에 잘 맞았던 두리안 입니다.

제가 흔히 생각하던 과일의 식감이나 맛이 아니더라구요. 먹어 봤던 음식 중에 그나마 비슷한 질감과 식감, 맛이라면 아보카도에 가까운 느낌이긴 한데, 맛은 넘사벽으로 두리안의 압승입니다. 제대로 잘 익은 두리안은 커피 크림맛이라는데 커피 맛은 전혀 나지 않았지만 달착지근한 맛이 제 입맛에는 딱 맞았습니다.

하지만 비위가 약한 사람, 물컹한 식감을 싫어하는 사람, 과일이 느끼한 걸 참을 수 없는 사람 등은 그냥 입에도 안 대는 것이 좋겠다 싶습니다. 저는 음식에 까탈스러운 사람이 아니라 모든 음식을 다 잘먹는 편입니다. 보통 한국사람들은 냄새 때문에 두리안을 삼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다행히 저는 매우 입에 잘 맞아서 순식간에 두리안 두 덩이를 해치웠습니다.

그리고… 두리안을 먹고 나니 방안에 진동하는 이 두리안 냄새를 어째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이 되는 상황. 일단 비닐봉지로 한 번 묶어서 쓰레기통에 투척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스물스물 올라오는 두리안의 구린내 ㅋㅋㅋ 그래서 비닐 봉지를 하나 더 꺼내서 이중 밀봉!!! 하지만 여전히 쓰레기통 쪽에서는 두리안의 구린내가 올라옵니다. 아몰랑.

두리안을 먹고 잠을 청하려 했으나… 역시 너무 늦게 일어난 것이 문제였는지 잠이 오질 않는 관계로 탑스마트에서 사온 다른 것들 중에 배가 부르지 않은 군것질 거리를 찾아봤더니 규현맛 김과자와 메론맛 스미노프 아이스가 눈에 들어오네요. 알콜을 즐기진 않지만 여행을 왔으니 한 병만 마시고 자기로 합니다.

김과자와 스미노프 메론맛

제가 자꾸 규현맛 김과자라고 쓰는 이유는 바로…

규현 김과자모델이 슈쥬의 규현이에요. 김구라인가 윤종신인가 라디오스타에서 규현이 모델인 김과자가 있다고 했는데 이 것인가 봅니다. 과자 이름은 마시따(맛있다) ㅋㅋㅋㅋ 김과자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김과자맛은 당연히 김 맛인데, 기름에 살짝 튀겼는지 기름지고 한국 김보다는 덜 짜고 식감이 부드러운 과자 같습니다. 이거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는데 저도 먹어보니 꽤나 맛있습니다. 한국에 들어가기 전에 좀 많이 사가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이야기 했듯이 결국 안 사왔습니다. 이미 한국에 가져가려고 닛신 컵라면도 종류별로 세개씩 사 두었는데 가방이 꽉 차더라구요.

넷째 날은 이렇게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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