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여행기 : 3. 내 인생의 오리고기와 카오산로드 5/11

첫날과 둘째날은 물갈이를 하는지 배탈이 났던 것을 빼면, 시차적응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는데 둘째날 밤 부터 잠이 안오기 시작해서 3일째는 아침에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12시가 다 되어 깨는 바람에 조식도 못먹고 아까운 반나절을 날리게 되었네요. 여행지에서 늦잠을 자면 시간이 몹시 아깝지만 그래도 일정이 길어서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늦게 먹은 저녁 때문인지 몸 컨디션이 별로라 그런지 밥생각도 없고 세시 넘어서까지 방 안에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조식도 안먹었는데 점심은 먹어야겠다 싶어서 빨래를 정리해서 들고 나왔습니다. 기껏 빨래를 맡기러 갔는데 어제 받았던 빨래 교환증을 안가지고 왔… 으아!!!! 어쩔 수 없이 다시 호텔로 복귀방콕 날씨가 너무 덥다보니 한 번 방에 들어오면 다시 나가고 싶지 않은게 큰 문제였습니다.

간신히 다시 나가서 빨래를 찾았는데… 빨래를 두러 또 다시 호텔로 복귀하니 나가기 싫을 뿐이고날씨가 조금만 덜 더웠어도 괜찮았을 텐데 진짜 매일 37 38도라서 답이 없더라구요. 저같이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 5월의 태국은 너무 잔인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더위를 싫어하는데도 태국이 좋은걸 보면 참 이상합니다.

내 인생의 오리고기

전날 근처를 돌아보다 발견한 스테이크 집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으로 나가기 싫어하는 이 몸뚱이를 이끌고 간신히 10분 정도 걸어서 스테이크 집에 갔는데… 준비시간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말 하늘이 무너진다는게 이런것일까 싶더라구요. 시간을 보니 꽤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다른 음식점을 찾아보겠다고 무작정 걷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찌는 듯한 날씨에 오래 지나지 않아서 도저히 더이상 걸을 수가 없을 지경이 되더라구요. 자스민 호텔 건물에 스타벅스가 보이길래 무작정 들어가서 아이스라떼를 주문했습니다. 덥고 배고프고 힘들어서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는데 그래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좀 쉬었더니 아주 약간 회복이 되더라구요. 이후로는 덥고 힘들어서 돌아다니질 못하겠다 싶을 때 마다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아이스라떼 하나 마시는 것이 나름의 재충전 비법이었습니다.

약간 회복된 김에 다시 음식점을 찾으러 나나역 방향으로 걷고 있었는데, 길가의 레스토랑에서 호객행위 하는 여자 직원이 저에게 태국어로 뭐라고뭐라고 호객행위를 했습니다. 당연히 저는 못알아 들었기 때문에 그냥 한 번 쳐다보고 말았는데 제가 한국사람인걸 알았는지 갑자기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하네요.

태국땅에서 들은 한국말이 반가워서 손을 흔들어주고 제 갈길을 가려다가어떻게 알고 한국말로 인사를 해 준 게 괜히 고마워서 다시 발길을 돌려 그 가게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가게가 조금 비싸보여서 안들어가려고 했는데 제가 돈을 아껴서 얼마를 아끼겠다고…(하지만 이후로 쓴 돈을 생각하면 이 때의 선택이 이번 여행의 큰 분기점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저는 이 곳에서 인생 음식을 만나게 됩니다.

가게 이름은 인덜지(Indulge ) 이고, 트립어드바이저 리뷰를 보니 꽤나 유명한 곳이더라구요.

 

 

막상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보니 역시 태국 물가로는 꽤나 비싼 음식점이었습니다. 일단 인테리어 부터 일반적인 태국 식당의 인테리어가 아니더라구요.  한국에서도 꽤나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 볼법한 인테리어라 조금 쫄았습니다.

보통 식사메뉴가 500바트 이상이고 싼 것도 거의 350바트 이상. 그리고 2천바트짜리 와인도 파는 엄청난 가게였습니다. 저는 쫄보기 때문에 잠시 망설였지만… 수중에 그 정도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가게 안이 워낙 시원하고 깔끔했기 때문에, 그리고 저는 다른 식당을 찾아 가기엔 몹시 지쳐 있었기 때문에 그냥 여기서 먹기로 결정! 메뉴는 양고기와 오리고기 중에 고민하다가 오리고기가 들어간 그린커리를 주문했습니다. 상상한 것은 그린커리 안에 오리고기 조각이 들어간 음식이었는데… 서빙해 온 음식을 보니 웬 썰어놓은 스테이크를 커리에 담아서 주네요?!

indulge bangkok

오리고기가 진짜 스테이크 같은 느낌으로 겉은 바짝 익히고 속은 촉촉한 상태로 10조각 정도 썰은 것이 그린커리에 담겨 있었고, 커다란 구운 가지와 구운 브로콜리가 같이 담겨 있었습니다.

제 기대를 너무 상회하는 음식이 나와서 잠시 어버버 하고 있었더니,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자신있는 표정으로 굳? ? 하고 물어보는데 그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몹시 훌륭한 비주얼이었습니다. 그래서 “베리 굿, 룩 라이크 베리 딜리셔스.” 라고 답해줬더니 어서 먹어보라고 재촉을 재촉을 하더라구요.

오리고기 한 조각을 입에 넣었는데이럴수가 있나. 오리고기가 무슨 소고기 스테이크보다 더 부드럽고 육즙이 넘치는 느낌입니다. 조금의 고민도 없이 제가 먹어본 오리고기 중에 최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같이 담아온 그린커리도 진짜 처음 먹어보는 엄청난 맛자신 만만한 사장의 표정을 보며 엄지를 올려 세워 주는 것 외에 제가 할 수 있는 리액션이 없더라구요.

하지만 가격은… 그린 커리가 한 500바트 정도, 그리고 물하고 음료수를 합쳐서 200밧, 총 700밧이 조금 안되게 나왔습니다. 영수증을 버렸는지 정확한 가격은 없고 대충 메모 해 둔 것만 있네요. 아무튼 이 음식이 500밧이라면 2만원이 안되는 건데, 충분히 그 가격은 하고도 남습니다.

내가 방콕의 호구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심신이 회복되는 느낌이라 이왕 나온김에 환전이나 좀 더 하자 싶어서 아속역에서 나나역까지 걸어서 어제 환전 했던 바슈 환전소로 향했습니다. 터미널 21 쯤이었나? 딱 봐도 대학생 쯤 되어 보이는 여학생이 절 보고 막 뭐라고 태국어로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대체 무슨 날인지… 지나가는데 왜 자꾸 여자가 말을 걸까요? 그나저나 이틀 동안 좀 탔다고 태국사람 취급인가 싶어서쏘리, 아이캔(t) 언더스탠(d)” 이라고 이야기 해 줬더니, 그제서야 외국인이냐, 어디서 왔냐 등등 이것저것 물어보더라구요. 저는 이번 여행에서 선한 한국인 기믹으로 여행중이라 최대한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는데알고보니 대학생 봉사단체의 길거리 호객꾼(?) 이었습니다.

가난한 여행자에게 무려 2천 바트 짜리 기부금을 내라고? 내가 태국에서 들어본 모든 가격중에 가장 비싼데?(물론 이후에는 점점 간이 붓고 지출이 커져서 2천밧 정도에는 충격을 받지 않게 되었지만… 이날 까지는 나름 검소한 여행객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길거리에서 6,7만원을 기부금으로 받아가진 않는데? 내가 호구긴 하지만 호구로 보이냐

호구

. 호구 맞습니다. 결국 가장 싼 300바트 짜리 기부금을 내고 기부금 영수증과 함께 이 오리 선풍기를 받았습니다. 하아. 글로벌 호구 인증샷이라고 해둘까요?

호구 인증

아무래도 부리가 파란색인게 기분 나쁨…

우여곡절 끝에 바슈 환전소에 도착했는데도착하고 나서야 제가 여권만 가져오고 정작 환전할 돈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끄아아아아아아… 그래서 다시 호텔로 돌아가기로 결정. 맛있는 음식으로 회복되었던 저의 심신은 또 다시 충격을 받게되어 회복 불가한 상황이 되었고, 결국 택시를 타기로 했지요.

택시기사에게 빠이 쏘이 씹뺏, 빠끄 쁠라~(자) 라고 목적지를 이야기하니 100바트를 달라고 하네요. 역 하나 정도 거리인데 절대로 그 돈이 나올 거리가 아니죠. 택시기사한테도 호구 잡히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 저는 80바트를 불러보았지만 택시기사는 고개를 절래절래. 더위에 약한 저는 그냥 오늘 대한건아의 호구 정신을 보여주고자 그 택시를 탔습니다. 그런데 택시기사가 바로 옆에 있는 이상한 골목으로 들어가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게 어째 뭔가 잘못 알아들은 것 같더라구요. 제가 길을 몰라서 택시를 탄건 아니라 확실히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기사에게 쏘이 씹뺏이라고 몇번 다시 말해주니까, 쏘이 씹뺏? 에잇틴?” 하고 그제야 알아듣고 다시 스쿰빗로드로 차를 돌리더라구요.

택시기사는 자기는 씹뺏(18)이 아니고 씹쩻(11)인 줄알았다고 합니다. 근데 soi 11은 농담 아니고 제가 택시를 탄 곳에서 20미터 앞 골목이었거든요. 외국인이라 그냥 무조건 바가지를 씌운 거였습니다. 이 거리를 100바트를 부른다니. 허허허하지만 실제로 제 호텔이 있는 soi 18까지는 거리는 얼마 안되는데 엄청난 교통체증으로(마침 저녁 퇴근 시간 ㅋㅋ) 택시로 20분 가까이 걸렸고(그냥 걸었어도 20분 안걸림…) 미터기로 왔어도 100바트는 나왔을것 같은데 택시기사도 자기가 한 짓이 있으니 얌전하게 저를 호텔에 내려주고 100바트를 받고 돌아가더라구요.

다시 호텔로 돌아오니 이미 저녁 6. 뭘 할까 고민하다가 마사지나 한 번 더 받고 이번 여행의 목표와도 같은 카오산 로드에 가기로 합니다.

어제는 호텔 근처 로드샵에서 마사지를 받았으니 오늘은 좀 더 좋은 곳에서 받자 싶어서 프롬퐁 역으로 향했습니다. 아속 역에서 한 정거장 거리라 무조건 내릴 수 있다는 나름의 계산으로 처음으로 태국의 BTS(지상철)을 타 보았습니다. 뭐든 처음은 어렵잖아요? 이후로는 BTS 정도는 편하게 타고 다녔습니다. (MRT는 못탔으면서 잘난척) 

방콕의 지상철은 사람이 엄청 많았지만 에어콘이 빵빵해서 쾌적했습니다. 확실한 건 에어컨 하나는 한국 지하철이나 전철보다 훨씬 훌륭합니다. 다만 제가 또 그새 땀에 쩔어있어서 땀냄새로 민폐를 끼칠것 같은 상황이라 프롬퐁 역에 도착하자마자 후다닥 내렸습니다.

내려서 마사지샵에 가니 시설이 괜찮은 만큼 가격도 비싸지더라구요. 분명히 사진을 찍은 것 같은데 어째 사진이 없습니다. 그래서 마사지샵 이름도 모르겠어요… 가격은  2시간 1,300바트에 팁까지 1,400 바트가 들었지만 좋은 시설에서 시원하게 마사지를 받아서 아깝지는 않더라구요.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 어쩐지 하루의 피로가 몇번씩 풀렸다가 다시 지치는 것이 반복된다고 느끼셨다면 그건 그냥 느낌일 뿐입니다. 

드디어 나도 카오산 로드에!!!

마사지를 받고 나서는 드디어 이번 여행의 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카오산 로드에 가 보기로 했습니다. 뭐 어쩌다보니 배낭여행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지만, 이번 여행은 본질적으로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혼자 배낭여행하기가 목적이었거든요. 태국으로 배낭여행 = 카오산 로드 아니겠습니까? (아재 인증… 저 대학생 때는 태국 = 카오산로드 였어요.)

일단 거리도 멀고 해서 택시를 타기보다는 대중교통으로 가보자는 생각이었고, 또 한 정거장이지만 지상철을 타 봤으니 잘 찾아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지하철로도, 지상철로도 가는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버스는 도저히 탈 엄두가 안나고, 날은 더운데 계속 길거리에서 땀은 줄줄 흐르고그렇다면 방법은 뭐다

, 택시죠.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서빠이 카오산로드했더니 300바트를 달라고 합니다. 저기요카오산이 적당히 멀리 있긴 하지만 공항보다 멀지는 않은데하지만 어차피 오늘은 호구 인증의 날이니까 그냥 탔습니다. 카오산로드에는 밤에 가야 제맛이지 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택시를 타고 나니 가는건 그렇다 치고 오는 길이 엄청 걱정이더라구요.

그리고 나서 대망의 카오산 로드에 도착!!! 여기서대망은 다른 뜻일지도 모릅니다.

카오산로드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엄청난 인파!!! 막 얼굴에 기념품을 갖다대는 상인들!!! 길 양옆으로 늘어선 노천바에서는 고막을 뚫고 폐와 간까지 바이브레이션을 전달하는 굉장한 음악소리!!! 쫄보에 혼자놀기를 좋아하는 저같은 사람에게는 카오산 로드는 적응이 되질 않는 곳이더라구요.

카오산로드 맥도날드

하지만 꿋꿋하게 남들 다 찍는 사진도 찍고(하지만 아재라 쑥쓰러워서 셀카는 아님)

태국 전갈 꼬치

남들은 여간해선 사진만 찍는 전갈도 한 번 먹어보고(짜고 기름진 말린 새우 맛)

사진은 없지만 수박쥬스(땡모반이라고 하던가…) 도한잔마시고

이번 여행의 유일한 기념품이 될 것 같은 티셔츠도 두 장 샀습니다.

그리고 한시간도 채 못있고 도망치듯이 호텔로 복귀!!!! 그냥 카오산은 가 본 걸로 됐다 싶더라구요. 역시 저는 배낭여행 보다는 요양 여행이 어울리는 사람인가 봅니다. 택시비는 500올때보다도 더 비싼 금액이었지만 이미 이쯤 되면 따지는 것도 귀찮… 아 몰랑. 그냥 막 쓰고 다닐래!!!

batch_20160511_224741

batch_IMG_20160511_224921_944

둘 다 같은 시간에 방안에서 찍은 건데 아래 사진은 왜 뻘겋게 나온건지 모르겠네요. 사진은 와이프에게 티셔츠 구입 인증용으로 찍었습니다.

아무튼 피곤과 더위에 찌든 글로벌 호구는 긴 하루를 마치고 방에 들어와서 씻고 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 네이버 블로그를 하시는 분들은 네이버 블로그 이웃 추가하기를 클릭해서
제 블로그를 네이버 이웃으로 추가하실 수 있습니다. ]




Be the first to comment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