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에이전시의 현재

[이 글에서 지칭하는 “디지털 에이전시”는 소셜미디어 에이전시에 가깝지만, 현재시점에서 디지털 영역의 업무를 구분하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디지털 에이전시”로 표현했습니다.]

블로그에서도 여러번 밝혔듯이, 저는 디지털 에이전시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에이전시라고 해도 주로 하는 사업 영역과 모태가 되는 업종 등에 따라 실제로 하는 일은 조금씩 다릅니다만, 기본적으로는 대동소이 합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디메이저광고 베이스의 컨텐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크게 보면 디지털 에이전시라는 대분류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워낙에 부침이 심하고 자고 일어나면 몇 개씩 회사가 사라지는 업계이기 때문에, 에이전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한 번쯤 ‘회사가 갑자기 망하면 어쩌나’, ‘이 비지니스가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메타블로그 / 블로그 바이럴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벤처 기업에서 처음 디지털 AE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PR 베이스의 디지털 에이전시를 거쳐 현재의 회사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두 번의 이직을 거치면서 제가 속했던 회사의 부침을 겪었고, 거의 매년 비슷한 고민을 해 왔습니다. 블로그 바이럴 쪽을 위주로 하던 시절엔 블로그의 몰락이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고민했고, 소셜미디어 운영을 하면서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성쇠에 따라 급격한 업무영역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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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디지털 에이전시는 있었지만 스마트폰의 출시와 소셜미디어의 대두를 통해 전혀 새로운 영역의 비즈니스가 생겨난 시점인 2009년을 기점으로 해서 2015년 현재까지, 업계의 흐름을 대략적으로 살펴 보면 대략 2년 정도를 기준으로 해서 변혁기를 겪는 것 같습니다.


1차 : 인터넷 서비스 업체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에이전시

메인 비즈니스 모델의 보조 역할로 소셜미디어 운영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
기존 서비스 기획, 운영 인력이 소셜미디어 운영 업무를 함께 소화
시장의 파이는 키웠으나 정작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해 다수의 업체들이 사라짐

2차 : PR 업계에서 파생된 디지털 에이전시

소셜미디어의 매체 파급 효과에 주목한 PR업계가 디지털 전문 조직 구성
온라인 -> 디지털로 업계를 지칭하는 표현이 변화되고, 업무의 커버리지가 넓어짐
이미지와 동영상 등 컨텐트 위주의 흐름에 따라 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업체들이 정리됨

3차 : 광고, 웹, 디자인 업계를 기반으로 디지털 에이전시

시장의 니즈에 맞춘 컨텐트 위주의 디지털 에이전시들이 강세
기존 운영인력 위주의 조직 구성에서, 컨텐트와 기타 제작 인력을 포함한 조직으로 변화
제작 인력 내재에 따른 메이저 업체의 대형화
컨텐츠 제작 업무에 있어서 외주 제작 -> 내부 제작으로 방향성 변화

제가 본 현재까지의 업계의 흐름은 위와 같습니다. 현재 시장은 1차, 2차 시기를 거쳐 살아남은 에이전시들과 3차 시기에 급격히 성장한 에이전시들이 경쟁과 협업, 공생으로 얽혀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의 분위기를 보자면 디지털 에이전시 업계에 네 번째 변화의 시기가 다가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을 근거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있으시겠죠? 여러가지 근거를 들 수 있겠지만, 가장 와 닿는 근거는 일하는게 너무 힘들다는 점 입니다.

좀 우습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제가 나눈 각 단계의 변화기는 공통적으로 많은 업체의 폐업, 주요 인력의 유출 시기와 거의 일치 합니다. 업무의 방향성이 급격하게 변하는 와중에 일을 해야 할 대리급 인력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함께 일하던 업체들이 폐업을 하니 일이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살아남을 여력이 되는 몇 개의 회사로 큰 프로젝트가 몰리고, 작은 업체들은 가격을 낮춰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힘들 수 밖에요.

변화의 시기를 앞두고(있다고 생각되는) 현재 ~ 가까운 미래에 대해 예상을 해 보려고 합니다.


클라이언트의 전문 디지털 조직 구성

경력직 인재가 업계 외부로 유출되고 있습니다. 일부는 업계를 떠나고, 일부는 클라이언트 사이드로 이직합니다. 클라이언트로 이직한 인력들은 클라이언트의 전문 디지털 조직에 합류합니다.
그 결과로 에이전시 사이드에는 특히 대리급 인력이 부족해졌습니다.

에이전시의 협상력이 저하됩니다. 경력 인재의 빈 자리를 주니어 인력으로 채우다보니 이미 업계의 경력을 쌓고 이직한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협상을 통해 유리한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하기 어려워 집니다. 업무 환경은 점점 터프해집니다.

에이전시에서 담당하던 일부 기능의 클라이언트 내부 이전이 일어납니다.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분야보다 기술력과 경험에 의해 업무의 성과가 결정나는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현상입니다. 요즘 체감하는 부분은 ‘매체’에 대한 부분입니다. 에이전시 실무자보다 매체에 대해 더욱 잘 알고 있는 클라이언트 담당자를 만나는 일이 이제 드물지 않습니다.

에이전시 규모의 양극화

지금도 이미 진행중인 현상이지만 앞으로는 에이전시 규모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겁니다. 큰 회사와 작은 회사만 남고, 중간 규모의 회사는 시장에서 버티기 힘들어 질 것 같습니다.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는 낮은 단가를 기반으로 소규모업체들 끼리 경쟁하게 되고, 큰 규모의 프로젝트는 진입장벽이 높아져 메이저급의 몇몇 회사들이 독식하는 현상이 심화됩니다.

이에 따라 후발 업체들이 메이저 규모로 성장하기는 점점 어려워 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부 업체들은 무리한 확장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매출이 나쁘지 않음에도 일시적인 현금 유동성 부족으로 폐업을 하는, 흑자도산을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영역의 세분화

비지니스의 입장에서 보자면 업무영역의 다양화, 파편화는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의 에이전시들이 기획, 운영인력만 확보하면 비즈니스를 이어가는데 큰 무리가 없었지만 이제는 그 외에 디자인이나 영상, 개발과 같은 제작 인력과 매체, 분석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까지 내부에 확보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업무영역은 점차 다양화 되는 것에 비해 전문인력의 수는 부족합니다. 전문인력의 높은 인건비를 감당할 만한 업체가 별로 없죠. 그러다보니 기존 인력에게 전가되는 부담이 커집니다. 직원은 직원대로 멀티플레이어가 되려니 힘들고, 회사의 입장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역의 세분화, 파편화는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도 챌린징한 상황입니다. 각 영역별 에이전시를 두기에는 인력도, 비용도 부담스러워집니다. 결과적으로 내부 인력에게 관리를 맡기고, 턴키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에이전시를 찾습니다. 턴키로 프로젝트 비딩을 내고, 대신 전체 비용을 줄이게됩니다.

앞서 말한대로 규모가 큰 에이전시가 아니면 업무량을 감당할 수 없게 되죠. 업무량이 늘어나는 것에 비해 예산규모는 전체로 봤을 때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에 메이저급 에이전시에서도 반갑기만 한 상황은 아닙니다. 소규모, 부띠크 에이전시들은 메이저 에이전시의 하청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위에 서술한 내용들은 저만의 인사이트가 담겨 있는 내용은 아닙니다.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을만한 내용들을 정리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가볍게는 스스로 변화에 대해 준비하기 위한 워밍업의 의미로, 조금 더 크게 보자면 약간 흐릿하게 느낄 수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좀더 명확하게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저보다 좀 더 경험과 인사이트를 가진 분께서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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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글에서 언급된 ‘업계를 떠난 대리급 인력’으로서 상당히 공감되는 글입니다. 댓글 쓰고보니 1년 전 글이네요.^^;

    • 답글이 늦었습니다. 이 글을 썼을 때 보다 지금은 상황이 좀 더 심화된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대리급 인력을 넘어서 매니저급 인력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고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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