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 부터 10일 까지, 3일간 청첩장을 돌리기 위해 총 다섯 팀과 식사를 했습니다. 나름 각별한 사람들이었고, 제가 결혼한다고 하니 황금같은 주말 시간을 할애 해 준 분들이라,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시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것과 별개로, 사람들에게 좋은 식사 한 번 대접하려고 하니 자꾸 소고기만 먹게 되어서 일요일 즈음에는 소고기에 질려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저녁에 또 다시 소고기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제 첫 직장인 블로그칵테일에 함께 다녔던 84년생 친구들, BC84 친구들과는 소고기가 아닌 다른 메뉴로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친구들에게 소고기 보다 못한 것을 먹일 순 없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2009년 부터 지금까지 우정을 쌓고 있는 친구들인데, 더 좋은 밥을 사진 못할 망정, 다른 사람들 밥 산것과 급은 맞춰야 겠다는 생각에 괜찮은 식당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장소는 미리 이태원으로 정해놓은 상황이라 이태원에서 쇠고기를 제외한 괜찮은 식사 장소를 찾다 보니, IP 부티크 호텔의 런치 뷔페가 있더라구요. 그 동안 이 친구들과는 파전집이나 보쌈 집 같이 편한 장소에서 주로 만나곤 했으니, 이런 기회에 비싸진 않더라도 호텔 같은 데서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IP 부티크 호텔 런치 뷔페로 메뉴를 정했습니다.
IP 부티크 호텔은 예전부터 와이프랑 함께 가보고자 했던 곳이었습니다. 작년에 가볼까 했는데, 여러가지 사정으로 결국 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밥을 한 번 먹어보고, 괜찮으면 다음번에 숙박은 못하더라도 와이프와 이 곳에서 밥을 먹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IP 부티크 호텔은 이름 대로 부티크 호텔입니다. 그래서 일반 고급 호텔처럼 럭셔리한 느낌 보다는 캐쥬얼하고 팝 한 느낌의 외관이 인상적입니다. 아마도 몬드리안의 구성 이라는 작품의 영향을 받은 듯한 호텔의 외관 입니다.
호텔 주변의 장식물 들도, 몬드리안의 작품에서 사용했던 색채와 형태를 많이 차용했습니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젊은 사람들한테는 어필 할 수 있는 세련된 느낌의 호텔입니다. 고급 호텔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이미지인데 반해, IP 부티크 호텔은 그런 부담이 덜 하더라구요.
오늘 모인 멤버는 BC84의 곰, 쿄, 미야 (쿄와 미야는 부부입니다 :-P), 토이스와 토이스의 여자친구이자 BC84의 명예멤버라고 할 수 있는 보라 입니다. 제 와이프도 함께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 시간에는 한참 일을 하고 있었죠 ㅠㅜ
토이스와 보라가 조금 늦는 바람에, 나머지 멤버들이 먼저 모여서 호텔로 들어섰습니다. 토요일 점심시간이라 예약할 때 사람이 많을까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식당이 한산하더라구요.
테이블 세팅은 보통의 호텔 식당 테이블 세팅입니다. 식당은 로비와 연결되어 있고, 건물 밖으로 바로 이동 가능한 창이 있어서 밝은 편 입니다.
오늘 함께 한 친구들입니다.
왼쪽은 유민이(곰) / 오른쪽은 기호, 혜미(쿄, 미야) 커플
유민이만 솔로라 가슴이 아프네요.
IP 부티크 호텔 식당의 런치 뷔페는 인당 1개의 메인 메뉴와 뷔페를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메인메뉴는 파스타 메뉴 / 카페 아미가 메뉴로 나뉘어 있습니다. 파스타 메뉴는 말 그대로 파스타 종류 중에 고르는 것이고, 카페 아미가 메뉴는 소시지, LA 갈비, 햄버거 중에 고를 수 있습니다.
곧 음식 사진이 나오겠지만, 미리 말씀 드리자면 메인메뉴는 호텔 식당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훌륭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큰 기대를 갖지 말고 노멀한 메뉴로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저희는 6명이서 까르보나라 2개, 볼로네제 1개, LA 갈비 1개, 크림 아마트리치아나 1개, 매콤한 사천 스파게티 1개 를 주문했는데 아마트리치아나와 사천스파게티는 실패였습니다. 다른 메뉴들도 엄청나게 맛있지는 않더라구요. 다음에 또 간다면 수제 소시지나 햄버거를 주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호텔 식당답게 식기류는 호텔 전용의 예쁜 식기였습니다. 색감이나 디자인 모두 예뻐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근데 접시에는 로고에 IP라고 쓰여 있는데, 양념 통에는 A라는 이니셜이 쓰여 있네요.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로고 자체는 다르지 않은 것으로 봐서 이 식당의 이름인 아미가에서 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은 수입 브랜드인줄 알았는데 강원도 평창이 수원지네요.
여기까진 뷔페 음식입니다. 음식 종류는 이것 보다 더 많았지만, 주로 제 취향의 음식들만 담았습니다.(고기류)
메인 메뉴들 입니다. LA갈비 사진은 없네요. 까르보나라와 볼로네제 파스타는 괜찮았지만, 나머지 파스타는 일반 파스타집을 생각해봐도 별로였습니다. 이 곳에서 식사를 하신다면 특이한 메뉴는 피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식사하는 사람들에게 샴페인을 한 잔씩 나눠 주더라구요. 차를 가져온 친구들은 오렌지 쥬스를 마셨습니다. 저도 그냥 오렌지 쥬스 마실걸 그랬네요. 샴페인은 그냥 그랬습니다.
퐁듀와 아이스크림 같은 후식메뉴도 있었습니다. 후식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호텔 로비를 잠시 구경했습니다. 호텔 로비에 큰 의자가 있어서 정우와 보라가 앉아서 사진 한 방!
캐쥬얼하고 예쁘장한 호텔 로비가 매력적이더라구요. 식당은 그냥 그랬지만, 역시 호텔 자체가 예뻐서 한 번쯤 묵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식사 후에는 한강진 역으로 이동해서 코코브루니에서 차 한잔씩 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여서 식사를 하니 참 즐겁더라구요. 식사도 맛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요.
IP 부티크 호텔 런치 뷔페 가격은 인당 2만 7천원 정도 였습니다. 가격이 그리 비싸진 않아서딱히 손해 본 기분은 아니었지만, 괜찮은 식사를 대접하려던 제 계획과는 맞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주말 이태원에서 메뉴 고르기는 귀찮고 깔끔한 식사를 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가 볼만 할 것 같습니다. 다만 미식가나 맛집 트래블러들에게는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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